[세월호 선원들의 첫 재판이 10일 광주지법 법정에서 열렸다 / 사진= 미디어전남 박찬 기자 (www.mediajn.net)]
세월호 첫 공판, 유가족 "영혼까지 죽였다"
광주서 첫 공판, 검사도 울먹 "엄정처벌해야"세월호 참사 56일만인 10일 선장 이준석(69)씨 등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 15인에 대한 첫 재판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이 철저한 진실 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재판부에 당부했다.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이날 재판 실황은 보조법정인 204호로도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향이 전달돼 유가족 등이 방청했다.
이날 재판은 앞으로 공판을 준비하는 절차다. 피고인 15명과 변호인 7명, 수사 검사 4명이 참여했다. 재판에서는 피해자 대표 의견, 검사의 기소 취지, 피고인별 변호인들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 증거신청과 증거에 대한 검찰·변호인 의견 관련 진술이 이어졌다.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 대표 김병권씨는 "이유도 모른 채 바다 속에서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우리 아이들에게, 적어도 누가 무엇을 잘못했으며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똑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낱낱이 알아야 한다"며 "사소한 사항 하나하나 모두 밝혀 달라. 그리고 그 사실들을 토대로 정말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또한 "부디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달라. 다시는 우리와 같은 우리 아이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해 달라. 피고인들을 엄정하게 처벌해 주길 당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피해자 대표는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분명하다"며 "그것이 살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살인인지, 피고인들은 승객만 죽인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들의 영혼까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까지 모두 죽였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을 통해 선박직 선원들과 사실상 첫 대면을 한 피해자 유가족들은 고성·욕설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오후 1시50분께 법정에 들어선 유가족들은 법원 직원들에게 "왜 죄인을 보호하느냐. 보호하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유가족들의 항의에 재판 시작도 2분 가량 지연됐다.
사건을 담당한 윤장엽 부장판사가 "심정은 이해하지만 재판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고성 등은 삼가 줄 것"을 요구했으나 피고인 15명이 모두 법정에 들어설 때까지 유가족들은 "심장이 두근거린다" "죽고 싶은 심정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해 달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검찰의 진술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을 버리고 자신들만 탈출한 피고인들에 대한 전 국민적인 분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박재억 광주지검 강력부장은 "피고인들은 세월호를 침몰시키고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자신들만 탈출해 수많은 희생을 불러왔다. 특히 수학여행에 한껏 들떠 있던 (단원고)학생들은 피고인들의 잘못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강력부장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선내 대기 지시만을 따랐던 착한 학생들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만 남기고 탈출 시도도 못 한 채 갇혔다"고 말하며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강력부장은 "검찰은 피고인 각자가 범한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리하여 희생자와 가족들이 잃어버린 국가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공소 유지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