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구효서, 은희경 작가 등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은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결국 문학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기에 이 소설은 그러한 문학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다고 할 것이다." 이색적인 것은 사법 체계과 정신분석을 소재로 삼은 이 소설의 저자 정재민의 이력이다. 그는 판사출신의 현 외교통상부 독도법률자문관이자 [소설 이사부](2010) 등의 소설가이다.
판사 하지환은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기 진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환은 류마티스 전문의 우동규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결심하지만 병원 행정처장, 고교 선배, 동료 판사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우동규를 고소하지 말라는 회유와 압박이 계속된다. 판사로서의 앞날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기에 망설이던 하지환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로 인해 제2의 피해자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고소장을 발송한다.
장편소설 [보헤미안 랩소디]는 권력층인 판사에게조차 불공정한 사법 체계의 불의한 현실을 통해 정의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현직 판사인 작가의 질문은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 절실해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은 젊은 판사의 눈으로 보여주는 믿기 어려운 우리 주변의 현실, 그 자체를 소설의 형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법관이 왜 소설을 쓰는가' 라는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법관은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고, 소설가는 거짓(허구)을 통해서 진실을 말한다는 점에서, 같은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