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고독의 잔학성! 집단을 떠난 개인 고독의 현상학적 조감도! 묘사의 강렬함에서 오는 시적 진실의 획득으로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 소설에는 중남미 대륙에 얽힌 백년 동안의 생(生)과 투쟁의 역사가 있다. 현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가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마르케스의 이 작품은, 서구의 작가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문학의 죽음을 선포하였던 것이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작가 마르케스는 그동안 사망 상태에 놓여 있던 소설을 다시 살려낸 언어의 마술사라 할 수 있다. 소설의 죽음과 관련하여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의 종말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서구 작가들, 특히 프랑스인들의 기우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동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 책꽂이에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꽂아 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작품은 5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절망을 다룬 것으로, 이야기는 부엔디아 가문의 선조가 마콘도 마을을 건설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장 질서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곳`인 마콘도는 여러 면에서 에덴 동산을 연상하기에 충분한 마을이다. 어느 누구도 사망한 적이 없는 영생의 낙원이다. 그러나 집시들이 얼음, 자석, 확대경, 사진기와 같은 문명 세계의 발명품들을 마콘도로 가지고 오면서부터 이 마을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다. 원시적인 마콘도 마을은 점차 현대 문명과 그 제도의 침투를 받으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국가의 정당이 도입되면서 내란이 일어나는가 하면, 정부에서 임명한 군수가 무장한 군인들을 데리고 이 마을을 통치하기 위해 부임하고, 더욱이 미국인들이 이곳에 바나나 농장을 건설하여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착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외국인들과 현대 문명이 무려 4년 11개월에 걸친 대홍수에 모두 흔적도 없이 휩쓸려 간 다음에서야 마콘도 마을은 비로소 어느 정도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