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기 영화 속 흡연 장면에 많이 노출될수록 담배를 피울 확률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등에 이어 국내 학계에서도 나왔다.
18 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건사회연구 자료에 따르면 영화 속 흡연 장면 노출이 가장 많았던 그룹(133~340회)이 노출 횟수가 가장 낮은 그룹(50회 이하)에 비해 현재 흡연율이 38.7배 높았다. 93~132회 노출된 군은 18.9배, 51~92회 노출군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1.2배 높았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 김이경 연구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연구원 등 4명이 함께 했다.
조 사는 서울 등에 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1075명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06년 9월말 사이 개봉된 총 70편의 한국 영화 속 흡연 장면 노출 정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흡연 장면 노출과 흡연 행태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영화 속 흡연 장면 노출 정도와 현재 흡연 행태와 관련성을 분석하기 위해 흡연 행태에 영향을 주는 연구 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성별, 거주지, 학년, 학교종류)은 통제했다.
또 흡연 행태 관련 요인인 과거 흡연 유무, 부모 흡연 유무, 친구 흡연 유무, 친구 흡연 권유 시 대응 태도, 학교 금연 및 흡연 예방교육 참여 유무, 담배 제품 브랜드가 새겨진 물품 소지 유무 등도 제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근거로 청소년을 영화 속 흡연 장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 선하 연세대학교 교수는 "미국처럼 청소년 관람가 영화에는 흡연 장면 자체가 노출되지 않도록 등급 기준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영화 등급분류 기준을 보강하는 것에 그칠게 아니라 국민건강증진법에서도 담배 제품 광고 및 판촉을 금하고 있는 만큼 영화에서도 흡연 장면 삽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권고사항인 제13조 '담배회사의 광고, 판촉 및 후원금지' 조항에는 '영화'를 담배 광고 및 판촉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편 영화 속 흡연 장면이 청소년 흡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가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영화나 TV 등 대중매체 속 흡연 장면에 노출되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는 청소년들에 비해 흡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와 국가 영화산업 및 보건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1년에는 미국 법무부장관이 거대 영화사에 청소년 관람 가능한 영화에는 흡연 장면을 넣지 않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선행연구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좋아하는 배우나 인기영화 속 흡연 장면에 노출 될 경우 흡연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흡연에 대한 친근감까지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