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킴. 통칭 DK.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보다 널리 알려진 이름을 찾기도 참 힘들 것이다. 밸런스라는 이름으로 게임의 매우 깊숙한 영역에까지 관여하고 있는 만큼 그는 언제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존재다.
데이비드 킴은 블리즈컨에 마련된 인터뷰 세션 중 유일하게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 통역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인터뷰의 호흡도 다소 빠르게 흘러갔다. 그와 나눌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 e스포츠였다. WCS의 성과와 향후 전략, 그리고 추후 선보일 '공허의 유산' 진척상황에 관해서도 살짝 언급됐다.
현재까지 진행된 WCS에 대한 총평이나 아쉬운 점
= WCS에 걸었던 기대는'이 대회에서 이기면 최고의 선수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서는 성공했다고 본다. 4강에 올라온 모든 선수들 모두 최고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니까.
보완해야할 점이라면, 상위 리그가 아니면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만한 기회가 충분치 않다는 것. 또 한 가지는 한국 선수들이 정말 많다는 것. 8강 정도 오면 거의 한국 선수밖에 없을 정도랄까.
무엇보다 실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하위 리그에서도 좀 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적의 선수들도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고, 조만간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이야기를 들어보면, 올해 초 '군단의 심장'이 나오고 나서 '스타크래프트1'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역동적이고 볼만한 경기가 많이 나와서 좋다는 의견이 종종 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의 날개 시절 만큼은 아니지만 패치가 너무 자주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불만도 꽤 있다.
= 그것은 우리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패치가 너무 잦다는 피드백이 많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쪽에서는 문제가 있는데 왜 패치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많다.
밸런스를 조절하는 입장에서는 양쪽 모두의 의견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사실 군단의 심장을 선보인 이후로 패치가 자주 있긴 했지만, 판도를 크게 뒤집을 만큼 크게 밸런스를 조절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올해의 경우, 게임이 처음 출시됐을 때에 비해 보다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도록 패치를 다소 강력하게 진행하는 중이다. 내년에는 다시 페이스를 바꿔서 올해보다 적은 패치를 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사실상 버그로 발견된 것도 바로 수정하면 특정 종족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라면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가급적 메이저 대회 일정을 피해서 패치를 하려고 한다.
한국 선수들이 북미 유럽에도 많이 진출하고 있고, 실제로 성적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현지 선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 그것은 개선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게임 자체는 세계적인 e스포츠 종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비해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각 국가 차원에서 도움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보고 있지만, 역시 확실하게 결정된 내용은 아니다.
각 지역별로 출전권을 나눠줘도 되지 않을까.
= 기본적으로 우리는 세계대회를 한다고 하면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오기를 원한다. 실력이 다소 모자라는 선수들을 제도적인 방법을 사용해 억지로 편입시키기보다는, 그들이 한국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도록 하고 싶다. 물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있다.
대회를 진행하는 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글로벌 파이널이 몇 차례씩 있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 WCS가 처음 진행하는 것이다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예상치 못한 결과도 많이 있는 편이다. 내부에서 계속 검토하고는 있지만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에서는 LoL에 비해 유저층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는데
= 우리는 다른 게임과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그저 스타크래프트2 자체가 최고의 게임이 될 수 있기를 목표로 할 뿐. 유저층을 늘려가는 것은 계속 노력해야할 부분이고, 그 외에도 계속 개선하고 더 매력적인 게임으로 만들어나가야할 것이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북미 스타크래프트2 팬들은 반응은 어떤가?
= 각 선수들이 하기 나름에 달린 것 같다. 이제동 선수가 이길 때면 미국 팬들도 자국 선수들이 이겼을 때만큼 엄청난 환호를 보낸다. JAEDONG이라는 닉네임을 쓰기 때문에 이름이 좀 더 쉽게 알려진 것도 있지만, 이름을 부르기가 힘든 외국인 팬들에 의해 '동'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심지어 이제동 선수는 '동 송'이라는 제목의 테마송도 있다. 템포(Temp0)라는 사람이 만들어준 것으로, 블리자드 직원은 아니고 스타크래프트2의 일반 팬이다. 평소 패러디 음악을 많이 만드는 사람인데, 일종의 팬뮤직 식으로 이제동 선수의 테마곡을 만들어준 셈이다.
'공허의 유산'은 어느 단계에 있나?
=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모두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진행단계가 너무 미미하기 때문에 알파 버전조차도 현재는 공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공허의 유산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개발의 핵심 모티브가 무엇인지를 말해줄 수 있나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액션'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 예를 들어, 무리군주와 감염충 조합이 유행했을 때를 생각하면 너무 천편일률적인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방어하면서 유닛을 모으고 한 방에 끝내는 방식이랄까.
우리가 생각하는 액션이 강조된 모습은 같은 전략이라도 보다 다양한 플레이 형태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게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저그의 경우 군단숙주를 사용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로 구분된다. 즉, 같은 종족을 플레이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나올 수 있으며, 그런 다양성을 지향하고자 한다.
공허의 유산 싱글 플레이에서 모티브로 잡고 있는 스토리나 장르가 있나
= 자유의 날개에서의 짐 레이너는 영웅이긴 하지만 결국 하나의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비교적 소규모의 병력을 운용해 싸움을 이어나갔다. 이에 비해 군단의 심장에서의 케리건은 저그들 사이에서 완전히 신과 같은 존재다.
두 작품에서의 모티브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에 공허의 유산에서도 역시 차별화된 이야기 구조를 채택하려고 한다. 아직 확정된 바가 없으며, 양쪽의 스토리를 모두 참고해서 결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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