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일화에서 건져낸 한글 창제의 비밀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 이후 눈병 때문에 충북 청원군 초정 약수터로 요양을 간다. 이 작품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고, 초정에 사는 '장운'이라는 사내아이가 고난 속에서도 석수장이로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한글 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숨겨놓았다. 아직 한글이 반포되기 전, 장운은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낯선 양반 할아버지를 만난다. 한양에서 왔다는 할아버지는 장운에게 새로 만들어진 글자를 가르쳐주고 다음날까지 외워 오라고 한다. 그러면 쌀을 한 되 주겠다는 제안에 장운은 누이와 함께 신나게 글자를 익힌다. 그런 장운을 보며 할아버지는 기뻐하고, 둘의 우정은 깊어간다. 빚 때문에 남의집살이를 하러 간 누이 일로 큰 슬픔에 빠진 장운은 때맞춰 할아버지도 떠나는 바람에 쓸쓸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장운은 누이로부터 새 글자로 쓴 편지를 받고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을 받는다. 생각을 종이에 적어 보낼 수 있다니! 한양에서 벌어진 절 공사에 석수들과 같이 가게 된 장운은 그동안 배운 기술로 연꽃 확을 다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터 손윗사람과의 갈등으로 연꽃 확이 깨지고 마는데……
장운 소년의 꿈과 좌절, 성장담이 주는 감동
한글이 정말 우수한 문자라는 것을 학교에서 아무리 배워도 아이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한글이 누가 언제 왜, 어떤 원리로 만든 문자인지를 지식으로만 배우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글 창제의 의의와 우수성을 독자 또래 사내아이의 꿈과 좌절이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장운이가 누이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고 돌 깎는 기술을 종이에 적어두었다가 익히는 과정, 장운의 주변 인물들까지 자연스레 한글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인과 양반층 부녀자를 포함한 조선시대 하위자의 삶에 파고든 한글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떤 세계로 이끄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물들이 주고받은, 15세기 한글표기로 된 편지가 더해져 보는 재미까지 주는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장운의 성장담을 통해 일반 백성의 삶에서 찾고 확인한 한글의 의의와 우수성을 그야말로 감동과 함께 실감토록 한다.
한글의 의의와 우수성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
한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문자로,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라 평한 바 있다. 언어학 연구에서 세계 최고라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언어학대학이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실용성 등의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 귀함과 고마움을 잘 모른다. 오는 10월 9일 560돌 한글날을 맞는 시점에서 이 작품의 출간이 빛을 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글의 의의와 우수성을 이야기 속에 녹여냄으로써 잊고 지내던 한글의 귀함과 고마움을 다시금 새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