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따 문제, SF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
-제12회 푸른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수상한 전학생] 출간!
독 자와 평단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상작을 출간해 오던 '푸른문학상'이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커지는 독자들의 신뢰와 기대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제8회 수상작인 [지우개 따먹기 법칙]이 올해 개정된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며 다시 한 번 문학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제12회 푸른문학상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제11회까지만 해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하고 그 수상작들을 모아 연말에 출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제12회 푸른문학상은 이례적으로 상반기 수상작만으로 지난달에 청소년소설집 [스키니진 길들이기]를 출간했으며, 이번에도 역시 상반기 수상작으로 장편동화 [수상한 전학생]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는 상반기 수상작들만으로도 단행본 출간이 가능할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날로 높아지는 푸른문학상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깜짝 선물이기도 하다.
제12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수상한 전학생]의 특별함은 또 있다. 바로 작품을 풀어 나가고 있는 기법이 신선하고 독특해 절로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안 정적인 문체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등 완성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신인다운 패기와 실험 정신이 돋보였다. 특히 한국동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SF 형식을 통해 학교 내의 왕따 문제에 새롭게 접근한 발상이 흥미로웠다. -황수대(심사 위원, 평론가)
' 왕따'는 이제 흔한 소재가 되어 더 이상 낯설지 않을뿐더러 그만큼 경각심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상한 전학생]은 흔한 소재를 구태의연한 교훈이나 날것 그대로의 지침을 직설적으로 주입하는 진부한 전개 방식 대신 다소 낯설지만 새로운 SF 형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작품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사람의 마음이 빛을 잃어, 사람의 마음을 대신 밝혀 줄 로봇이 나타나는 슬픈 세상이 올까 봐 덜컥 겁이 난다.'는 작가는 작품 속에 왕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름도 생소한 '왕따 방지 로봇'을 등장시키고 있다. 비록 '인간 아이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로봇 아이'가 돕고 있지만, 어른의 개입 없이 아이들 스스로 모든 일을 해내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이 SF동화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작품 전반에 자연스럽게 숨어 있는 '깨알 같은' 복선과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SF동화의 요소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덕분에 독자는 작품을 읽는 내내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 아이들 스스로 상처를 보듬고 치료하는 '관계 회복 프로젝트'
' 서로 친분을 쌓기 전에 힘을 겨뤄 서열을 매긴다.', '서열에 따라 철저히 상하 관계와 복종 관계를 유지한다.' 이것은 신비한 '정글의 세계'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서이다. 해마다 새 학년 초가 되면 '짱'과 '왕따'를 가르기 위한 '겨루기'가 시작되어 학교는 정글에 버금가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된다. 이에 학교나 기관에서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활용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 마라, 하면 안 된다'라는 어른들의 제지와 처벌이 효과적이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예이다.
여 기에 그 어떤 '왕따 방지 상담 센터'보다 확실한 효과와 결과를 보증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제12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김민정의 [수상한 전학생]이다.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알 수 없지만 인형처럼 긴 속눈썹에 티끌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를 지닌 '반전 미인' 전학생이 왕따의 '베프'가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왕따'를 소재로 기왕에 출간된 작품들이 왕따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면, [수상한 전학생]은 왕따 상황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왕따 이후의 과정, 즉 화해의 과정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왕따 당하는 아이(피해자)'와 '왕따 시키는 아이(가해자)'의 중간 입장에 서 있는 주인공의 1인칭 서술 방식은 각각의 입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즉, 방관자의 입장까지 드러냄으로써 아이들이 각자 처한 입장에서 서로의 관계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게다가 시종일관 맑고 따뜻한 감성으로 아이들의 삶을 끌어안으려는 작가의 태도는 서로에 대한 폭력과 불신으로 멍들고 싸늘하게 식은 아이들의 가슴속에서 따스한 불씨가 되어 주기에 충분하다.
▶ 주요 내용
우리 반 전학생이 수상하다, 수상해!
우 리 반 여자 대표인 지수를 중심으로 뭉친 '지수 패거리'는 승연이를 왕따 시키기 시작한다. 그중에 포함된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죄책감에 마음이 편치 않지만 지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온 전학생은 왕따인 승연이의 짝꿍이 되고, 급기야 승연이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지수는 그런 전학생이 눈에 거슬리기만 한다. 그런데 전학생의 말과 행동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지수는 전학생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나는 우연히 전학생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승연이의 유일한 친구이기에 그 정체를 감춰 주려고 애쓴다. 그러던 중 급식실에서 전학생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전학생은 더 이상 학교에 나올 수 없게 된다. 소중하고 유일한 친구를 잃은 승연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기를 내어 아이들 앞에서 승연이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다. (*작품의 긴장감과 그 이면에 숨은 짜릿함과 전율을 위해 스포일러가 될 만한 알짜 힌트는 함구하며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