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이 곱고 넉넉한 '치악산 이야기'
살 아가면서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마음의 귀를 활짝 열면, 우리 둘레에 있는 풀꽃과 돌과 바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과 나눈 대화를 동시로 풀어내어 다시 어린 독자들과 나눈다면, 이만큼 순전한 기쁨이 또 있을까? 24년 만에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된 동시집 [치악산 마을]이 바로 이러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꾸밈없이 곱고 넉넉한 치악산 이야기를 담은 황베드로 동시집 [치악산 마을]은 1990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절판되어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좋은 작품들을 새롭게 갈무리하여 다시금 펴낸 것이다. 자연과 깊이 사귀어 이웃과 나누고 싶어 하는 시인의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이 동시 그림책은 아이들의 마음밭에 치악산을 닮은 푸른 씨앗을 심어 줄 것이다.
[치악산 마을]에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 [작은 것]을 비롯하여 총 24편의 동시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따듯한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맛있는 동시의 고전을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만나 보기 바란다.
하늘과 구름과 별을 품는 작은 웅덩이처럼......
-단순하고 소박하게 지어진 '동시 마을'
흙 탕물이 가라앉으면 이내 하늘과 구름과 별을 품는 작은 웅덩이처럼, 좁은 마당 한구석에 서 있지만 언제든 새와 매미와 바람이 놀러 오는 한 그루 나무처럼 순하고 곱고 넉넉한 황베드로 수녀님의 시가 여러분의 마음을 맑고 평화롭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 신형건 / 시인, 비평가
[치 악산 마을]의 가장 큰 미덕은 아주 작은 자연의 소리와 몸짓도 귀하게 여기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신형건 시인도 추천사에서 "순하고 곱고 넉넉한 황베드로 수녀님의 시가 여러분의 마음을 맑고 평화롭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산밭에 내리는 별들
얼마나 예쁜지
밤새 봉오리 터뜨린
배꽃 보면 알아요.
치악산 보름달
얼마나 순한지
초저녁에 새하얀
박꽃 보면 알아요.
- [산골] 전문
이른 봄부터 가을 문턱까지 시간 순서대로 펼쳐지는 동시들은 시인의 고향이며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기도 한 '치악산 마을'의 아름답고 따듯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책장을 덮었을 땐 마치 '동시 마을'을 여행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동시 마을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자연의 진리와 이치를 아주 쉽게 터득할 수 있는 장 또한 마련해 주고 있다. 자연의 순리에서 포착한 시 세계는 하늘과 구름과 별을 품는 웅덩이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롯돼 더욱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의 자리로 확장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즉 동시를 읽는 아이의 마음에도 하늘과 구름과 별이 자연스럽게 깃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치악산 마을]은 동시 특유의 참신한 상상력뿐만 아니라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도 담뿍 담겨 있는 동시 그림책이다. 어느 것 하나 외톨이로 두지 않고 서로서로 도와 가며 살아가고 있는 '치악산 마을'에서, 아이들은 시어 하나하나를 만날 때마다 절로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다.
주요 내용 -풀꽃과 돌과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른 봄부터 겨울 문턱까지 치악산 둘레의 자연을 담은 24편의 동시를 계절 순서대로 만날 수 있다. 이른 봄 막 싹을 틔운 새싹에게 인사하는 아기 바람, 연못에 비친 산등성의 진달래 꽃물 위에서 물장구치는 개구리, 여름이 지나면서 뿔을 단 송아지, 황금빛 논에서 선생님 노릇 하는 허수아비....... 치악산 풀꽃과 돌과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 부쩍 가까워져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