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어린시절부터 유달리 센 주먹을 가진 아이. 그는 아픈 동생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투신(싸움의 신)'이란 별명을 얻으며 한.중.일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한다. ◆ '꽃남' 벗은 김현중의 액션 본능 '기대 이상의 변신'
15일 밤 첫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 극본 채승대 연출 김정규) 1회는 1936년 만주에서 어른이 된 신정태(김현중)가 투전판에서 싸움을 하는 장면으로 포문을 열었다.
'감격시대'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 및 국내를 배경으로 한.중.일 낭만주먹들이 펼쳐내는 사랑과 의리, 우정의 판타지를 그린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의 감성 로맨틱 느와르 드라마다
신정태는 승부조작을 위해 이길 수 있음에도 싸움을 져주는 등 완벽히 뒷골목 생활에 적응한 상태였다. 사실 신정태를 어둠의 세계로 이끈 것은 여동생이다. 그의 여동생 신청아(이지우)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밀수패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이후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고 도비패를 찾아가 따지다가 그는 본격적으로 건달들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이날 방송에서는 어린 신정태(곽동연)가 어떻게 해서 '주먹'으로 성장하게 되는지 그 계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는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인력거꾼과 물고기잡이 등 돈되는 건 다 했다. 그러면서도 건달들에게 시달리는 데쿠치 가야(주다영)를 구하거나, 사납금을 내지 못해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짱돌(신승환)을 위기에서 구하는 등 의협심이 강한 성격도 드러났다.
특히 성인이 된 신정태가 투전판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감격시대'가 앞으로 보여줄 비주얼에 대한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하거나 과장된 액션이 아닌, 현실감 있는 액션과 치열하고 땀냄새가 풍기는 현장은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수식어를 얻기에 충분했다.◆ 적과 동지, 그리고 사랑…이것이 '감성 로맨틱 느와르'다
신정태와 앞으로 운명을 나누게 될 이들의 등장도 이어졌다. 일국회의 회주인 덴카이(김갑수)의 손녀이자 후계자 데쿠치 가야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한 신정태와 강렬한 첫만남을 가졌다. 이후 이들은 묘한 분위기를 이어가 러브라인을 예감케 했다. 하지만 데쿠치 가야는 곧 신정태와 대립하게 된다. 이에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서로 칼을 겨누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다.
신정태의 동지와 적도 등장했다. 동지는 도비패다. 황봉식(양익준)을 선두로한 신의주 도배패는 밀수꾼 집단이다. 또한 독립군의 운반책이기도 하다. 특히 앞으로 신정태에게 큰 힘이 되어줄 풍차(조달환)이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신정태에게 주먹으로 가르침을 주면서 이들이 앞으로 질긴 인연으로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신정태의 적은 일국회다. 일본 최대 야쿠자 세력인 일국회는 덴카이를 필두로 신이치(조동혁)과 아카(최지호) 등이 소속돼 있다. 성인이 된 신정태는 이미 상하이행을 택했음이 극중에서 제시된 상태다. 일국회는 중국에까지 영향력을 뻗치려고 하면서 신정태와 대립하게 된다. 특히 이날은 덴카이가 신이치에게 "네가 간다는 것은 내가 가는 것과 같다. 내 분노까지 담아서 다녀오라"고 하는 모습이 보여지면서, 이들이 꾸미고 있는 일의 정체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 조연과 아역의 남다른 품격 '헛점이 없네'
이날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김현중의 아역 곽동연의 호연과 미친 존재감을 가진 조연들이었다. 일국회의 회주 역을 맡은 김갑수와 그의 심복 신이치 역을 맡은 조동혁은 짧은 분량에도 남다른 무게감을 자랑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또 그동안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던 조달환은 저음의 목소리와 뛰어난 액션 실력으로 '상남자'로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을 했다.
어린 신정태 역의 곽동연의 경우 성인 신정태 역을 맡은 김현중과 외모적으로도 놀라우리만큼 닮았다. 곽동연은 외모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정연기와 탁월한 액션으로 1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곽동연은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6회전까지 극 초반부를 이끌어가게 된다.
특히 그가 개코에게 돈을 사기당한 뒤 "물로 점심을 때워야 겨우 70전이 내 손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번 돈이야. 그렇게 모은 돈이야"라며 피를 흘리면서 절규하는 장면은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감격시대' 첫 회는 남자들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이야기였다. 넘쳐나는 막장드라마와 현실감 없는 로맨틱 코미디에 식상함을 느낀 이들이 반길 법한 아주 묵직한 내용이 돋보였다. 특히 과장없는 액션신과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기대감을 높였다.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레이앤모, KBS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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